사적인 산문

DRUG FAMILY ‘약’한 가족과 삽니다.

심호흡 2020. 2. 26. 11:51

'건강하자' 이 심플한 가훈이 정확히 언제부터 내려왔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학교 숙제로 가훈을 조사할 때 아버지께서 즉흥적으로 말씀해주셨던 것 같다. 아무쪼록 다음 세대의 가훈은 좀 더 길었으면 하지만 지금 이보다 우리 집에 딱 맞는 가훈은 없다는 게 가족 구성원들의 의견이다.

 

기침을 달고 사시며 항상 허리와 심장이 안 좋아 응급실을 자주 가시는 아버지, 잠을 잘 못 주무시며 어지럼증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 키는 165 정도신데 몸무게가 32kg 정도로 허약하신 할머니,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열감기로 며칠을 끙끙 앓는 루틴이 있는 독감 마니아인 나, 위장이 좋지 않아 잘 체하고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동생까지 화려한 병력을 자랑하는 가족 5인은 올해도 1월부터 모두가 돌아가며 감기에 걸려 집을 요양원처럼 썼다.

 

그럴 때 가족을 힘나게 하는 것은 약이다. 소싯적 꿈이 한의사였던 아버지는 한약을 음료수처럼 드신다. 한의학을 독학하셔서 약을 직접 조제하실 정도며 집에는 약재를 보관하는 약장이 있다. 할머니는 '판피린'이라는 약에 중독되셨다. 할머니 말로는 필요할 드신다고 하시는데 매일 필요하신 하다. 외도 소화제인 '베나치오' '쌍화탕' 약국에서 번에 박스씩 오셔서 약사님들에게 vip 대접을 받으신다. 각종 비타민, 오메가 3, 호르몬제, 수면제, 유산균, 효소, 홍삼, 배즙, 공진단 등은 항상 구비되어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그 외에도 쑥, , , 부황, 족욕기(건식, 습식), 발 마사지기, 좌훈기가 있으니 김 씨 집안에 이토록 가훈에 충실한 집도 찾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약에 취한 약한 가족도 '약할 때 강함 되시네'라는 찬양 같이 내게 힘이 된다. 가족 안에서 나는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음식이 남아서 누군가 "에이 조금만 더 먹어"해도 절대 먹지 않는 일, 보통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우리 가족에겐 과식=당연한 상식이다. 가을부터 목도리를 하고 다니면 '좀 이르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쌀쌀해지는 날씨에 목감기를 예방하는 칭찬받을 일이다. 마스크도 마찬가지로 감기에 걸려서가 아니라 평소에 예방을 위해 하며, 잠이 보약이기에 불금이나 파티 투나잇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이러한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건강에 유별 내는 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은 외롭다. 뒷담의 주인공이 되고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피한다. 과거에 비해 관용적인 사회가 됐지만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다양한 혐오를 존중하는 시대가 되기도 해서 수많은 무고한 이들이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힌다.그래서 학교생활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며 '내가 이상한가',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생각이 들 때, 가족은 힘이 된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식을 먹으며, 같은 TV를 보고, 비슷한 습관을 키워온 사람들, 이 안에서 느끼는 동질감이 이상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비록 많이 ''한 가족이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