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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의말들 10] 편지 같던 노래와 라디오의 시간노래의 말들 2020. 7. 19. 22:39
칠레 이스터섬,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조 앤 반 틸버그 박사가 이끄는 발굴팀은 섬 주민들과 모아이 석상의 거대한 몸통을 발굴했다. 천년이 넘는 시간을 묻혀있던 석상의 미스터리가 풀리는 역사적인 순간, 긴 코를 가진 석상의 머리 아래로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몸통이 드러났다. 그러나 발굴팀을 경악케 한 것은 수십 톤에 이르는 몸이 아닌, 몸통 아랫부분에 다소곳하게 달려있는 작은 손이었다. 그 작은 손엔 그 손의 손가락 한 마디 보다 작은 편지가 들려있었다. 천년이 넘는 시간을 땅에 묻혀 섬 부족들의 숱한 흥망성쇠를 보며 모아이는 편지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보내려고..” 발굴팀의 K는 탄식했다. 그 해 여름 “이게 진짜 내 길인 것 같아” 기타를 메고 서울로 상경한 음악 청년은 알바를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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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비가 오잖아요. 노래를 들어요, 윤종신_ '말꼬리', 이적_'Rain'노래의 말들 2020. 6. 27. 21:40
붙잡으려 하면서도 붙잡히지 않을 걸 알 때가 있다. 결국 붙잡히지 않을 걸 알면서도 붙잡는 것 밖에 하지 못할 때가 있다. 지금 K는 그 때를 만났다.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고. 뚝 떨어진 기온처럼 차가워진 연인 앞에 K는섰다. "사랑해서 헤어지자니 그게 무슨 말이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안사랑한다는거 아니야? 너 진짜 이기적이다."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엇나 "미안해 내가 잘할게. " 가지마라 가지마라 K의 말이 쏟아지는 비 소리에 이따금 묻혔다. 영화에서 봤던 것 같은 말, 유치하고, 진부하다고 생각했던 말을 K는 동앗줄 처럼 붙잡고 있었다. 원래 K는 그녀를 붙잡아야 했다. 비가 묻어 차가울 그녀의 손을 잡아줘야 했다. 그러지 못해서 말을 잡고 있는데, 말꼬리라도 잡아야 겠는데. 그녀는 자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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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계속 제자리인 듯한 청춘에게 들려주고픈 노래노래의 말들 2020. 6. 19. 22:04
" 어디까지 왔을까 얼마큼 떠나 버렸나 애써 떨치며 괜찮다 추슬러보지만 어느 곳에 있을까 조금 가까워진 걸까 걷고 걸어도 오늘도 제자리 같은데 " ‘왜 이렇게 인생이 제자리지?’ 물음을 던지기 무섭게 내 안에 한 목소리가 “노력을 안 하니까!!!” 외친다. 멋진 사람들은 노력을 한다, 죽도록. 가령 죽도록 연습생 생활을 견뎌서 아이돌이 되거나, 회사를 다니면서도 짬나는 시간마다 매일 꾸준히 4시간씩 글을 써 소설가가 되거나, 이를 악물고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를 한 결과 5급 공무원이 된다. 그런 사람들만이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를 부를 수 있다. 그런 사람만이 시상식에서 양복을 입고 눈물의 수상소감을 말하고 박수를 받을 수 있다. 텔레비전에 나온 그들을 보거나, 그들의 신화를 전해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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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걸음이 무거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픈 노래노래의 말들 2020. 6. 19. 21:55
"돌이켜보면 늘 걷지 않고 묶네 풀린 적 없는 신발끈" 소설을 읽다가 운 적이 있다. SNS에 포르노를 올리며 매일을 피시방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이 ‘기형도 봇’ SNS 계정에서 ‘그는 완전히 다르게 살고 싶었다, 나에게도 그만한 권리는 있지 않은가’라는 문장을 보고 입술을 꾹 깨무는 장면에서였다. 나는 첫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예상과는 많은 것이 달랐고, 인생에 대해, 진로에 대해, 꿈에 대해 여러모로 헷갈리던 차였다. 기형도의 문장을 읽고 입술을 깨문 주인공도, 신발끈을 꽉 매는 이 노래 '걸어도 걸어도'의 화자도 그리고 나도. 변하고 싶고, 잘 살아보고 싶다. 하지만 잘 산다는 게 뭔데 하고 묻는 다면 우물쭈물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너는 뭐라고 생각하는데?” 정도 되물을지 모르겠다. ‘잘’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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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오래 듣고 픈, 오래된 가수 조규찬노래의 말들 2020. 6. 12. 21:15
가사가 좋은 노래를 소개하는 '노래의말들' 이번 주는 가수 조규찬님의 ‘순간들’, ‘오래된 가수’를 읽었습니다. (앞으로 종종 한 가수를 조명해 소개하려 합니다.) - 네이버오디오클립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406/clips/7 - 팟빵 http://www.podbbang.com/ch/1775927?e=23563967 순간들 - 조규찬 작곡가 아버지와 가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3형제는 모두 음악가가 되었다. 그중에 막내가 조규찬이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어릴 적 돌아가신 아버지를 회상했다. 어느 토요일 오후 부엌에선 어머니가 칼국수를 끓이고 계시고요, 저는 거실에서 아버지 피아노 연주에 맞춰 노래를 하고 있었어요. 잠깐 그러고 사라진 과거인데 각인이 됐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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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우주에서 듣고 싶은 노래노래의 말들 2020. 6. 8. 00:19
가사가 좋은 노래를 소개하는 '노래의말들' 이번 주는 space x의 우주선 발사를 기념해 ‘우주에서 듣고 싶은 노래’를 주제로 _세샘트리오, _유미 를 읽었습니다. - 네이버오디오클립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406/clips/6 - 팟빵 http://www.podbbang.com/ch/1775927?e=23556064 나성에 가면 – 세샘트리오 영화 수상한 그녀 OST로도 사랑받았던 ‘나성에 가면’은 1978년 김옥균이 작곡하고 전항, 전언수, 권성희로 이루어진 세샘트리오(‘세개의 맑은 샘’이라는 뜻)가 부른 곡이다. 나성은 미국 LA의 한자 표기다. 당시 심의 규정에선 영어를 노래 제목으로 쓰지 못해서 LA를 나성(羅城)으로 바꿨다고 한다. 덕분에 필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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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무거운 한숨이 나올 때 듣는 노래노래의 말들 2020. 6. 1. 19:20
가사가 좋은 노래를 소개하는 '노래의말들' 이번 주는 ‘숨’를 주제로 _박효신, _이하이 를 읽었습니다. - 팟빵 http://www.podbbang.com/ch/1775927?e=23548849 - 네이버오디오클립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406/clips/5 숨 – 박효신 ‘숨’은 2016 박효신 정규 7집 앨범 에 수록되었다. 는 6집 발매 이후 6년 만에 나온 정규 앨범이며 꿈과 희망을 주제로 ‘야생화’, ‘ Home’, ‘숨’, ‘꿈’등의 곡이 수록되어 있다. 작사는 대부분 박효신, 김이나, 김지향 작사가가 함께했고 작곡은 대부분 박효신과 정재일 작곡가가 함께했다. (9번 트랙 ‘숨’은 김이나 박효신 작사, 정재일 박효신 작곡) 오늘 하루 쉴 숨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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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써야 할까 <소설가의 귓속말>책장 2020. 5. 26. 20:49
무엇을 써야 할까. 글을 쓰기 전이면 늘 했던 질문이지만 요즘 내겐 뜻이 달라졌다. 무엇이 내 마음에 닿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써야 먹힐까, 사람들이 많이 클릭할까 궁리한다. 쉽고 짧게 많이 올릴 수 있는 글을 써볼까.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소개해볼까. 고민 끝에, 나는 잘 모르지만 유명한 가수를 소개해보기로 한다. 검색을 하고, 노래를 들어본다. 끄적여 본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딴짓을 한다. “블로그 글쓰기 팁! 상위노출 되는 법!” 같은 유튜브를 클릭한다. ‘그래 이런걸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끄덕인다. 다시 글을 쓰려다 읽던 책을 집어 든다. 존경하는 소설가의 책을 읽다가 문장을 만난다. 한참을 멈춘다. 중요한가를 묻지 말고 절실한가를 물어야 한다. 나를 빼고 나 아닌 것에 대해서 말하는 ..